meguri's Blog
under the SEA

Zero to Hero - 노 전 대통령을 보내며

Surely you're joking. 2009.05.25 21:14 by meguri

확실히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특히,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에서 그 충격은 더하다. 개인적으로는 노 전 대통령을 '기존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돌이켜 보면 그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는 사람이었다. 독학으로 사시에 합격한 것도, 변변한 당내 지지 기반도 없이 대권에 도전한 것도, 당시에는 '몰상식'에 가까운 무모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박연차 게이트'를 겪으며, 스스로 삶의 종지부를 찍은 그의 결정도 아쉽지만 웬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수많은 전임 대통령들이 '과거 청산'이라는 명분하에 후임자에게 '정치적으로' 처벌받고, '실질적으로' 면죄부를 받는 것이 한국 정치계의 '현실'이자 '관습'이 아니었던가? 그런 그들만의  '거래'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그는 '삶에 대한 집착'에 얽매이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 아닐까?

어찌됐건, 그의 파격적인 행동은 국민과 대통령의 거리를 크게 줄여나갔다. 그가 청와대에 들어간 이후, 대통령이라는 존재는 예전처럼 '군사부일체' 정신으로 묵묵히 따라야했던 '국부'의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웬만한 동네 아저씨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때가 많았다. 좋게 말하자면 전례없이 국민과 가까웠던 대통령이었고, 나쁘게 보자면 전무후무하게 만만한 대통령이었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조문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만만함'과 '친근함'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 같았으면, 일반인들이 대통령을 추모한다며 담배를 올리는게 상상이나 가능한 일이었을까? 아직까지 '총 맞아 돌아가신 군인출신 대통령'의 기념관(?)에 시바스 리갈을 들고 방문하는 참배객 이야기는 들어본적이 없다.

그러나, 만만한 것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깝게 느껴진다는 이유로, 그에 대해 너무나 쉽게 감정을 쏟아내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지금처럼 일반인들이 생업을 제쳐두고 그를 기리는 모습은 조금 어색해 보인다. 지금의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와, 현재 청와대와 국회에 입주해 있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다.

따져보면, 반 노무현 정서가 승리의 보증수표였던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는 멀리봐야 겨우 1년 반전의 일이다. 한 정치가가 역적에서 영웅으로 변신하기에는 너무나 짦은 시간. 도대체 뭐가 바뀐 것일까?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한 선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완벽한 악인도 존재할 수 없다. 전직 대통령이건, 현직 대통령이건 한 명은 선, 또 다른 한 명은 악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묘사하는 것은  단순하다 못해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한 단편적인 선악의 구별법은 고대소설이나 신화적 단계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 지도자에 대한 절대적 숭배는 제정일치 사회의 보편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결국 바뀐 것은 사람들 뿐이다. 한 정치인이 이룬 업적과 잘못을 꼼꼼히 따지기 보다는, 순간 순간 보이는 이미지를 전부라고 믿는 분위기가 아쉽다.

'조그만 비석 하나 세워달라'는 마지막 말은 정치를 개인의 영달을 위한 도구로 삼지 않았던  고인의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소탈한 고인의 뜻과 상관없이, '왕릉'을 갖다 바치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왕릉'은  '고대 소설'이 대세이던 시절에나 만들던 것이 아닌가?  지금은 21세기이고, 고인은 '민주주의 2.0'을 이야기하던 분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뒤늦게 그를 위해 '왕릉'을 바치려는 사람들의 즉흥성을 볼 때, 언젠가 먼 훗날 다시 쉽게 말을 바꾸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어쩌면 '죽어서도 왕 노릇을 하려 했다'며 중상모략을 할지도 모르겠다. 자신들의 즉흥적인 변덕이 그 분을 '두 번 죽이는' 줄도 모른 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앞산꼭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웅이 없는 시대에 영웅을 바라는 사람들의 심리인 듯합니다.
    예상 외로 과도한 추모의 물결은 사실 좀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말씀대로 불과 채 2년도 되지 않았는데,
    반 노무현이 대세이던 때가 있었는데 이것이 그의 죽음으로 역전이 되었네요.

    하지만 한국 정치사에 독특한 존재이고 매력적인 인물임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노무현보다는 인간 노무현을 추모하는 것이겠지요.
    적어도 저는 그런 마음입니다.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2009.05.26 00:14 신고
    • meguri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대로 그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등장에 누구보다 더 큰 희망을 품게 됐는지도 모릅니다.

      희망이 컸던 탓인지, 현실과 타협하는 모습에는 큰 실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별로 희망도 품을 수 없는 지금의 암담한 현실을 생각해보면, 그 때는 행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좋은게 좋은거'라는 식으로 대세에 편승하기 보다는, '반대 토론을 해야 한다'고 외치던 그 분의 모습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그런 분이시라면 대상이 누구건 간에 - 설령 자신이라도 - 영웅만들기의 폐혜에 대해 경계하시지 않을까요?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09.05.26 00:46 신고
  2. 산/들/바람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의 추모 분위기가 그를 영웅을 만들거나 그를 내세워 왕릉을 만든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명박 정권 아래서 15개월 동안 민주주의가 말살당하는 참혹함 아래서 버텨내야 했던 사람들이 비로소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의 그 지지부진했던 개혁과 현실과의 승부에서 쓰라린 패배를 하는 과정조차도 민주주의였음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하여 그런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한 사람에 대한 추모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를 신앙처럼 받들지도 또한 존경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그만한 정치인이 몇 명만 더 있었더라면 했던 사람입니다. 87년부터 지켜봐왔던 그는 말 한 마디에도 삶의 철학이 묻어나오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비록 정치적 사상적 신념이 다르지만 그렇다고 그를 배척하지도 무조건 끌어안지도 않았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지금껏 한국정치사에서 백범 김구 선생을 제외하고 노무현이라는 한 사람만큼 대중에 의지하고 대중과 호흡했던 정치인은 없었습니다. 그것은 진보정당의 그 어떤 유명한 정치인을 포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그의 말과 행동이 때론 그를 추락시켰지만 또 때론 그를 승리자로 세우기도 했다고 봅니다. 그가 가진 진정으로부터 나오는 폭발력과 파괴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넘어섭니다. 그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고도의 정치적 계산보다는 먼저 머리 숙이고 사과하는 일이 그의 삶이었습니다.

    때론 소신으로 무모할 정도의 저돌성도 갖췄습니다. 바위를 향해 죽어라 돌진하기도 했지요! 그런 진정이 그를 87년 6월항쟁 이후 국회의원으로 나서게 만들었고, 5공청문회에서 일약 국민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게 했으며, 김영삼의 3당야합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독립했으며, 영남지역주의를 맨몸으로 깨부수기 위해 달려들었던 것입니다.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그를 2002년 12월 대통령으로 뽑아주었던 것입니다.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뀐다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 또한 절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권력과 자본을 대항할 힘이 없다면 설사 대통령이 되어도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민주주의를 실험하고 정치를 실험했지요! 그 결과 그는 민주당에 배신당했습니다. 민주당은 그가 배신했다고 하지만 명백하게 그를 배신한 것은 민주당입니다. 조순형, 박상천 등 민주당의 썩어빠진 정치퇴물들이 그를 배신했고 탄핵했던 겁니다. 그리고 그는 그 탄핵으로 인한 정치생명의 기로에서 국민들이 그를 지켜주었습니다.

    탄핵역풍을 뚫고 그를 지켜준 국민들의 엄청난 열기를 보고서고 그의 죽음이 가져올 결과를 제대로 예상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알더라도 이미지만 남아있기 때문일 겁니다. 비록 그의 지지자도 아니고 제가 지도자로 생각하는 상도 아니지만 그가 가진 힘은 아직 다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아직 그는 죽지 않았습니다.

    2009.05.26 02:49 신고
    • meguri  댓글주소  수정/삭제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대로 그는 진정성을 갖춘, 몇 안되는 정치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거친 말이 그의 진정성의 가치를 희석시킨 경우가 많았다고 해도 말이죠.

      특히 제가 감명받았던 점은, 그가 '대세'에 영합하지 않았다는 점이죠. 예를 드신대로 무모할 정도로 '대세'를 거스르려했던 '바보스러움'이 그를 상징하는 '힘'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눈여겨 봐야할 것은, '일관성'입니다. 일순간 불의에 맞써 싸우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전 생애를 걸쳐 끈질기게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어쩌면 목숨마져 바쳐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우리가 진정 그를 추모한다면, 그가 일관되게 추구했던 가치를 오래오래 기억해야하지 않을까요? 그를 떠나 보낸 슬픔이, 단지 순간적인 카타르시스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최소한 다음 선거까지는 사람들이 그의 컸던 뜻을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2009.05.26 10:48 신고
  3. CCTV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엉이바위CCTV공개하라!!

    2009.07.29 23:45 신고

1 ··· 64 65 66 67 68 69 70 71 72 ··· 137 
분류 전체보기 (137)
Journey (75)
Do the right thing! (5)
Surely you're joking. (13)
Adsense (2)
Baseball (6)
Beer (1)
A picture tells.... A lot. (25)